옛날(지금부터 15년전)에...한 아이가 있었다.
6개월된 말티즈로 1.6킬로의 여자아이였다.
이름은 진주라 불렀는데, 예쁘고 눈이 크고 새까매서 진주라는 이름에
매우 잘 어울렸다.
두 달때 데려온 장미라는 아이가 4개월쯤 되었을때 데려왔으니,
실상 둘의 나이는 동갑인 셈이다.
아름답고 똑똑한 말티즈 장미는 부모가 수상견이지만, 병약하게 태어나
같이 지낼 벗 내지는 시녀가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된것이 진주였는데, 우여곡절끝에 이녀석은 제 소임 그 이상을 다한셈이다.
제가 공주하겠다고 떼쓰는 녀석을 달래느라 얼마나 애먹었는지...
하기사 진주의 이력도 공주되고 남을만큼 특별했다.
장미가 심장병으로 아홉시간 링거를 맞을때도 이아이는 그 머리맡에서 지켜줬고,
디스크증세로 두달간 베개위에서 못내려올때도
그 아래 나란히 누워 심기를 위안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런 진주를 우리는 백의의 천사라했다.
덕분에, 장미가 세살 반이라는 심장병 사형선고를 받고도 여덞살 가까이 살아
심장병 전문의를 놀라게 했던 그 신화도
진주라는 아이가있어 가능했다고본다.
장미가 떠나고 진주는 때늦은 공주가 되었다.
진주를 위해 루비라는 여자 말티즈를 데려왔다.
진주는 장미에게 파란불일때 길 건너는 방법을 충실히 배운 덕택에
루비에게 시범보이고 가르치는 사범의 역할도 다했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끈으로 통제하지않고도
즈네들 스스로 길 건너고 하는 고난도의 일을 잘 해내서 고맙게 생각한다.
루비는 4킬로의 아이로,
진주와 장난할땐 제 목을 늘여 물게해주던건데, 그 희생이 참 대단했다.
진주의 특기를 들자면 놀라운 학습효과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엄청난 인내심이 될것이다.
(장미는 타고난 천재요, 진주는 제가 스스로 학습해서 만들어진 수재다)
엄마의 양말을 방바닥에 대고 순식간에 그작은 입으로 삼등분해서 착착 개어서 무는것,
그리고 운동장이나 풀밭에서 직경5미터쯤의 반경으로 팽팽 팽이처럼 놀라운 속도로 도는것 등과,
처음보는 큰 진돗개에게 장난하자고 덤비는 것도 특기라 할만하다.
또 장미에게 다가가 아주 부드럽게 코로 장미귀쪽을 매만져 안정감을 주는 것도 자주봤다.
이러다 루비1세가 그 만화처럼 오뚝한 잘생긴 코를 거두어 하늘길로 떠나고...
우린 다시 루비2세를 데려오는데, 눈이 아주 둥글고 크고, 다리가 길고, 머리가 크고,
코가 짤막한 잘생긴 멋진 말티즈 사내아이였다.
이녀석이 패드에 소변을 보는데, 오줌방울이 튀니까 즈네 엄마가 오줌튄다...하니,
갑자기 졸졸 끊이락 이어락 다 누고는 다시는 실내 패드에서 안누고
산책을 가자해서 해결하는데, 비오면 우산받치고 다닌다.
진주는 열네살 말기에 암에 걸리게 되었다.
암종이 드러나게 되었다는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기존의 심장병과 결석에 암까지 가세했으니...2킬로 남짓의 연약한 아이가 감내하기엔 너무 참혹했다.
2016년 6월 진주는 소변을 볼수없게돼 어쩔수없이 수술로 소변관을 심는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두번의 수술로 만신창이만 되고(제가, 생명선과도 같은 외부의 카테타를 물어 뽑아버렸다)
덕분에, 매일 소변을 주사기로 빼내게 되었다.
모두들(부모인 우리까지) 6월 말을 못넘기리라 예측했다.
이때 진주에게 기적이 일어나는데, 갑자기 이녀석이 용변을 건강할때만큼 보는것이 아닌가.
병원에서나 집에서나 도저히 있을수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때는 이미 암종이 아랫배에 울퉁불퉁하게 매달리기 시작했는데,
이것을 열심히 핧다가, 엄마 아빠를 슬프게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한다.
...이렇게 열심히 핧는데 왜 차도가 없는지요?...
(핧다가 간절한 눈으로 올려다본다...)
도와줄수없는 안타까움은 비길데가없다.
우리는 진주의 울퉁불퉁한 아랫배부분 외상에 동물병원의 끈적한 항생연고를 바른뒤
마데카솔 분말을 듬뿍 발라 보송한 기분을 유지하게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외상으로 번진 암종을 잠시나마 묶어두는데 효력있었던것같다.
이녀석이 핧을까봐, 오래살려면 이런 약을 핧으면 안된다...강조하면 입이 움찔거리다가도
안핧고 견뎌줘 얼마나 대견하고 고마왔는지 모른다.
루비2세는 딱딱한 흰껌을 부드럽게 씹어 진주에게 슬며시 건네기도 했다.
그리고 진주가 그래도 잘먹는 닭백숙이나, 내가 씹어 부드럽게 만든 닭고기 육포같은것을
냄새는 맡아보고 절대 먹지는 않아 정말 이녀석이 못먹는줄 알았다.
진주가 떠난뒤, 눈물겨운 희생이었음을 알게되었다.
진주가 잘먹는 것은 절대 제가 안먹고 양보하더니,
이제 그 먹고 싶었던 육포나 닭고기를 즐겨먹어 다함이 없다.
이렇게 루비2세를 비롯한 온가족의 성원속에서 진주는 잘 지내다가,
10월 2일 밤 여덟시 하늘의 별이 되었다.
진주가 이렇듯 놀라운 투혼을 발휘하며 그 수명 이상의 삶을 누린것도,
루비2세의 희생과 배려 때문이었지않나싶다.
이녀석은 평소 진주의 냄새를 맡고있다가,
다소 몸이 안좋아 누워있으면 둘레를 돌면서 끙끙거리며
일어나라고 코로 가볍게 들썩이기도했다.
지내고보니 이럴땐 상당히 진주의 상태가 좋지않은 때로 판명이 된다.
우리는 이런 루비2세를 진주의 주치의라했다.
진주가 닭고기라도 좀 잘먹고하면 갑자기 이녀석이 꼬리흔들고
좋아 날뛰고했는데, 영락없이 하얀 가운을 걸친 의사선생님 모습이다.
우리는 중환자 강아지와 산게 아니라 그냥 멀쩡한 강아지와 살았던것 같다.
우리에게 수면시간을 보장해주고, 병원신세지는일 없이 살았는데,
가는날 아침까지 안고가서 직접 산책하며,용변을 잘 보았다.
숨이 넘어가기 5분쯤전에 다시한번 제가 베란다에나가
용변을 보고 돌아와 눈을 감았다. 목욕을 시켰는데 마치 살아있는 아이같았다.
어쨌든 진주는 갔다. 저녁 여덟시 온가족이 모인 속에 마지막 눈을들어 눈을맞추고...
1세 루비가 하늘길로 떠난 제천의 그옛길로, 이튿날 진주를 데리고
우리 가족들 가슴에 큰집으로 남아있는 굿바이펫을 찾았다.
두번째로 찾아간 굿바이펫은 아늑하기만한데...
정답고 따스한 이곳 주인 한실장님을 대하니
부형을 만난듯 왈칵 눈물이 솟는건 나혼자만의 감정이 아닐것이다.
이분은 변함없이 우리 아이들을 마음을 다해 어루만져,
하늘길로 안내하는 큰바위 얼굴처럼 여전히 우뚝해,
제천의 명소 굿바이펫을 새삼 무게롭게 하는것이다.
작은거인 진주...막판에 신산한 삶을 살아야했지만,
슬기롭게 투쟁하듯 한생을 긋고간
별똥별같은 그아이를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와 병원의 주치의에게 승천을 알리니,
답장이 오기를,
...하늘길로 머언 산책을 갔나봅니다...진주답습니다...진주만한 강아지가 없습니다...
이렇게 다시없을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공들여 매만져,
늘 하늘길 밝은길로 인도하는, 굿바이펫의 한실장님께 감사드린다.

